제론테크놀로지 선두기관을 꿈꾸다

약수노인종합복지관

도로와 건물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도 봄꽃은 제철을 알고 피어난다. 인터뷰 약속 시간에 맞춰 목적지로 걸어가는 골목 화단에도 개나리가 키재기하듯 돋아나 있다.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 중에도 샛노란 개나리는 맑게 빛나 보였다.


오늘은 노인복지와 기술의 결합을 추구하는 제론테크놀로지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약수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하였다. 이곳은 서울 ICT이노베이션스퀘어에서 주최한 ‘피우다프로젝트*’에서 발굴된 ‘씩씩(SEEK-SICK)’ 앱의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선뜻 노인복지 현장에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시도하게 된 기관의 동기와 과정이 궁금하였다. 이 사업을 추진한 청구노인복지센터** 김경륜 센터장과 이혜린 주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서울 ICT이노베이션 스퀘어에서 2019년도부터 사회·공공 문제 해결을 위해 매년 2회 진행하는 AI·SW 공모전으로 사회적 약자의 생활 개선 및 복지 향상를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유관기관과 시범 적용을 통해 개발물의 실용화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약수노인종합복지관에서 분관으로 운영하는 소규모노인복지기관


Q. 시범 적용 중인 씩씩 앱은 어떤 것인지?

A. 의무기록을 입력할 수 있는 사전 문진표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앱에 자신의 의료 정보를 미리 입력해 놓으면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이 이를 확인해서 대처를 빨리 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저혈당 쇼코가 왔다 그럴 때 응급 호출을 누르면 자신의 기저질환과 장애 유형, 복용 약, 의료진 참고사항 등이 같이 전송되기 때문에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Q. 어떻게 이런 앱을 시범 적용하게 되었나?

A. 복지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인복지를 담당하는 저희 같은 기관은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고요.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게 어르신인데 사람이 하는 24시간 케어는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그러니 기술의 도움이 절실하고, 복지 현장에 잘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ICT콤플렉스에 문의해보았고 마침 이런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시범 운영해보지 않겠냐 제안을 받아서 업체와 시범적용 계약을 하게 되었죠.



Q.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A. 이제 막 초기 단계입니다. 3월 초부터 이용 희망자를 모집했고 서른 명 정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한 어르신에게 앱을 설치하고 이용법도 알려드리고, 쉽게 쓸 수 있도록 큰 활자로 안내지도 만들어서 드리고 했지요.


Q. 반응은 어떤가? 효과는 있었는지?

A. 아직 앱 설치해서 본인 정보 입력해 놓은 정도 하고 있고, 시작하는 시기라 실제로 응급 호출이 있을 만한 사례는 없었죠. 그렇지만 혹시 있을 위급상황에 도움받을 무엇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는 말씀은 하시더라고요. 호출 누르면 119에 전송되고 본인 상태에 대한 사전 정보가 의료진에게 간다고 하니까.



Q. 시범 적용에 어려움은 없는지?

A.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디지털기기 쓰는 데 능숙하지 않으니까 새로 배워서 뭘 하기 꺼려하는 분도 있죠. 그냥 119 신고하면 되지 않냐 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관심 있는 어르신은 적극 참여하고 좋다고 하십니다. 기술 사용의 접근이 더 쉬워져야 하겠고, 홍보도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법과 제도의 정비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앱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참여를 망설이기도 하고.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요.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A.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복지 환경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그런데 복지 종사자들은 예전의 방식으로 하던 대로만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기술이 복지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받아들이고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지 분야에 기술이 먼저 시장성을 보고 들어오고 있는 이때, 우리 복지전문가가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현장을 반영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정작 필요하지 않은 기술을 공급자 시각으로 잘못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더 이롭고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복지와 기술의 파트너십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